“고쳐서 오래 쓴다”…건축물 수명 늘리는 입법 잇따라
구조ㆍ설비 분리형 건축물에 용적률 등 특례…장수명주택 인증체계 정비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 규제 완화ㆍ철거 단계 자원 재활용 지원도 추진
건축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대신 설비 교체와 리모델링을 쉽게 해 수명을 늘리는 입법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건축 단계부터 구조체와 설비를 분리하고, 노후 공동주택의 리모델링 문턱을 낮추는 한편 철거 과정에서는 건설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등 건축물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이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구조ㆍ설비 분리형 건축물’을 도입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급ㆍ배수와 전기ㆍ통신 등 주요 설비를 건축물 구조체와 분리해 설치함으로써 설비 교체와 유지ㆍ보수, 내부 공간 변경을 쉽게 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행 공동주택의 주요 설비가 벽과 바닥 등에 매립돼 있어 골조를 더 사용할 수 있는데도 노후 설비 교체가 어려워 대규모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택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개정안은 구조ㆍ설비 분리형 건축물에 용적률ㆍ건폐율ㆍ높이 제한 등 건축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주택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입법도 진행 중이다. 손명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내구성과 가변성, 수리 용이성을 갖춘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별도의 운영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주택법에도 장수명 주택 인증과 우수 등급 주택에 대한 건폐율ㆍ용적률ㆍ높이 제한 완화 근거가 있지만 인증제도 전반을 관리할 운영기관 지정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이미 지어진 노후 아파트를 ‘고쳐 쓰기’ 위한 리모델링 규제 완화 입법도 추진된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6월23일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분양ㆍ임대주택이 한 필지에 함께 있는 혼합주택단지에서 리모델링조합 설립 동의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리모델링에 동의하는 구분소유자가 법원에 토지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임대주택 소유자인 지방자치단체 등의 미동의로 분양주택 소유자의 리모델링이 막히는 문제를 해소하려는 취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지난 4월30일 인접 단지들이 하나의 리모델링조합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입주자 공유가 아닌 복리시설의 증축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 대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5월6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정가결돼 현재 본회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건물을 철거할 때 발생하는 자원을 최대한 다시 쓰도록 하는 법안도 나왔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0일 발의한 건설폐기물 재활용촉진법 개정안은 건축물을 철거할 때 폐자원을 종류별로 나누는 ‘분별해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원 회수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공사비 일부와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관련 장비 개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는 건축물 자체의 수명을 늘리고, 사용 중에는 리모델링을 쉽게 하며, 마지막 해체 단계에서는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는 입법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재건축ㆍ철거 중심이던 건축ㆍ정비 정책의 무게중심을 ‘오래 쓰는 건축물’로 넓혀가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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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대한경제신문, 2026.08.10.